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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MOVIE
6주 연속기획 <새로워졌을지 모르는 홍상수>여섯째주
이구치 나미가 이야기하는 홍상수. ‘클레어의 카메라’는 분명히 로메르풍.

아오야마 신지, 키쿠치 나루요시, 장건재가 이야기해 온 시리즈 기획 ‘각각의 홍상수’. 이번에는 영화감독 이구치 나미가 4편의 최신작을 이야기한다. 여성감독만의 시점에서 본 홍상수의 세계. 과연 어디에 도달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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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의 카메라’

홍상수 감독의 작품이 처음 일본에 소개되었을 무렵. 주위에 홍상수를 추천하는 연상의 남성이 있었어요. 그 사람의 영화 취향을 좋게 평가하지 않았기 때문에(웃음), 당시에는 보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번에 처음 봤습니다. 4편 중에는 ‘클레어의 카메라’가 좋은 것 같아요.

최근에 본 신작영화에서 영화학교 출신의 우등생 같네라고 하는 공통의 터치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만,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도 그걸 느꼈어요. 길가에서 우연히 영화와 만났다고 하기 보다는 학습해서 영화를 안 것 같다고 할까. 호세 루이스 게린의 ‘뮤즈의 아카데미’, 게이브 클링거의 ‘포르토’ 등, 어딘가 모르게 누벨바그 풍이고, ‘뮤즈의 아카데미’는 초반의 몇 컷이 에릭 로메르의 영화를 완전히 카피한건가!라고 할 정도로 놀랐기 때문에. 고다르의 팔로워는 예전부터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세상에 로메르의 팔로워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느꼈습니다. ‘클레어의 카메라’는 분명히 로메르풍이라고 생각했어요. 영화의 구성에 설계가 있습니다. 이자벨 위페르가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에 의해 상관없을 터였던 사람들이 이어져 나갑니다. 영화적인 구성이지요. 영화학교 실습 같은 느낌은 있지만. 홍상수 감독은 이 정도는 쉽게 쉽게 해내는 재주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요?

홍상수 감독은 사전에 각본을 준비하지 않고 촬영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만, 그럼에도 영화가 파탄나지 않아요. 그래서 각본이 없다는 건 분명히 거짓말일 거라고 생각해요(웃음). 분명히 설계하고 있을 거에요. 고다르 영화에 각본이 없다는 신화가 있지만 실제로 안나 카리나에게 각본을 주었다고 들었어요. 다시말해 각본은 있었던 거에요. 홍상수 감독도 그런 허세를 부리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되요.(웃음) 굉장히 요령이 좋고 그점이 저에게 고다르나 트뤼포, 로메르 영화를 보는 느낌과 전혀 다른 인상을 받은 부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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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해변에서 혼자’

솔직히 말해, 저는 김민희가 불쌍해 보여요. 골수까지 빨린다고 할까. 감독과 여배우의 사적인 스캔들은 나중에 알았지만, 영화 그 자체가 여배우가 몸도 마음도 헌신적으로 바치고 있다고 느껴져요. 아니 ‘바쳐지고 있다’고 할까? 착취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그런 무방비한 상태로는 안된다고 김민희와 친구라면 본인한테 말할 거에요.(웃음) 감독과 여배우의 관계성은 누벨바그와는 달라요. 감독의 여배우에 대한 취급이 다르다고 할까.

김민희가 가장 불쌍한 건 ‘밤의 해변에서 혼자’일까요. 히로인에게 토로하게 하는 방법이 굉장히 새디스틱하게 보여요. 저는 마조히스틱한 영화를 좋아해서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걸지도 모릅니다만. 저는 마조히스트이자 변태이며 고고한 사람이 만든 영화를 좋아해요. 예를 들면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의 ‘베니스에서 죽다’같이 만드는 쪽에게 잔혹한 것이 좋은 것 같아요.

‘클레어의 카메라’에서 나오는 갑자기 고성으로 설교를 시작하는 영화감독은 동서고금에 있는 타입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일본이나 한국에는 많이 있겠지요.(웃음) ‘클레어의 카메라’는 이자벨 위페르가 출연했던 게 컸다고 생각해요. 영화의 구성을 보고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김민희가 이미 존재하고, 결국 가슴을 펴고, 진두에 서 있는 것은 김민희뿐인 느낌이 들어 감독이 아픔을 느끼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아요. 예를 들어 고다르의 ‘알파빌’에서는 안나 카리나가 카메라를 향해 ‘난 당신을 사랑해요’라고 말해요. 대단히 아름답고 절실하게 고다르가 슬퍼하는 신이 있는데, 사생활에서는 둘이 헤어지기 직전이었다고 하는 사적인 다툼 따위는 전혀 몰랐다고는 하더라도 애절하고 아름다워요. 안나 카리나가!(웃음) 고다르는 새디스틱한 감독이라고 생각하지만 안나 카리나가 있으면 그 점이 제어되어 정말 슬퍼, 잘 안돼, 할 수 없어, 그래도 영화적 재능은 용솟음치는 광기가 있어 보여줘서 고맙다는 마음이 되지만,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 전 그런 점은 느끼지 못했어요.

긴 원컷을 자주 사용하지만 연기를 도중에 끊지 않게 하려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영화에 있어서 컷을 나눈다고 하는 것은, 그 사이를 생략한다는 것으로 영화는 그걸로 리듬을 내는 것입니다만, 홍상수는 컷을 나누는 대신에 줌을 넣고 있다고 생각해요. 결코 조작을 안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물론 카메라맨이 기분 내키는 대로 마음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리허설도 포함해서 시간을 들여서 찍고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홍상수 감독이 인터뷰에서 하는 말이 거짓말은 아닐지도 몰라도, 전부 진짜일리는 없다고 감시하고 있어요.(웃음) 영화자체도 그런 느낌이 들어요. 스캔들 발각도, 홍상수 감독은 잘됐다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그런 사람나쁜 부분도 영화감독에게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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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그 후’는 시간이 일정한 리듬으로 흐른다고 생각하면, 갑자기 앞으로 뛰어넘어요. ‘다음날’일까 하면 몇 년이나 지나있고. 시간을 다룸에 놀라움이 있고 재미있었어요. 흑백으로 하는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요.(웃음)

아마도 홍상수 감독은 시간의 본질에 대해 관심이 있는 게 아닐까요? 영화안에서의 시간에 대해 관심이 있다고 생각해요. 시간을 어떻게 다룰지. 영화는 그 예술이기도 해요. 그 부분에 굉장히 의식적이라고 느꼈어요.

홍상수 감독은 인간을 시리어스한 존재라고 파악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인생을 시리어스하다고 파악하고 있다고 할까? 로메르나 자크 로지에의 영화에 있는 넘치는 두근두근한 느낌 같은 것은 없고, 크레이지한 점도 없어요. 그게 신기해요. 그 두근두근한 느낌에는 영향을 받지 않았나? 그 점이 물어보고 싶은 포인트에요.

어쩌면 영화가 아니어도 좋을 지도 모르겠네요. 영화에서 밖에 못하는 게 아니랄까. 소설이나 미술이어도 좋지 않을까. 잘 속일 거 같아서(웃음), 계속 성공할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상업영화를 만들어 주면 좋겠어요. 예를 들자면 헐리우드에서 작품을 찍어주면 좋겠어요. 그 때의 홍상수 영화를 보고 싶어요.

덧붙여서 김민희는 젓가락 쥐는 게 이상하죠. 한국의 아름다운 핫치킨 같은 걸 젓가락으로 잡을 때 데굴데굴 굴러 떨어질 것 같아 조마조마했어요.(웃음) 굉장히 아름다운 사람이어서 인상적인 부부은 그 점이었어요.

Written by:아이다 토지(相田冬二)


‘클레어의 카메라’
감독・각본:홍상수
출연:김민희/이자벨 위페르/권해효

7월14일부터 휴먼 트러스트 시네마 유라쿠쵸, 휴먼 트러스트 시네마 시부야 외 전국 순차 로드쇼

‘그 후’
‘밤의 해변에서 혼자’
‘지금은맞고 그때는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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