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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MOVIE
베트남 영화제 2018 ‘표류’
두명의 모습이 레즈비언으로도 보이는 영화의 구조는
보는 사람의 정신과 신경을 술렁이게한다.

만일 나루세 미키오가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를 영화화했다면 어땠을까. 그런 터무니 없는 망상이 문득 떠오른다.

여기에 전개되는 것은 결고 연애유희가 아니고 나루세로 통하는 영화문체가 나타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상상되는 것이다. 있을 턱이 없는 콜라보레이션이, 영화사의 한쪽 구석에 나뒹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들은 우연히 그걸 보지 못하고 놓치고 있었을 뿐인 건 아닐까. 더 단호하게 말하자면 영화라는 미디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매혹적인 가능성의 한가지를 이 작품은 발견하게 한다.

연하의 택시 운전수와 결혼한 여성은 하노이에서 여행가이드로, 통역으로 일을 하고 있다. 교제한 지 3개월만에 결혼, 남편은 어린 면이 있고, 어떻게든 보살피려고 하는 어머니에게 의존하는 부분도 적지 않게 있다. 이 새댁은 그걸 명확한 불만으로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연상의 여자친구를 통해 서로 알게 된 야성적이고, 때때로는 폭력적이기까지 한 청년에게 끌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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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를 자유롭게, 구애받지 않고 움직이는 카메라의 호흡이 요염하다. 생물의 생리를 생물이 바라보고 있는 듯한 현장감이 시원한 촉감 그대로, 화면을 횡행한다. 거기서 떠오르는 건 제한없이 여성스러운 감성이다. 특히나 주연 배우의 의지적인 표정이 여자친구들과의 주고받는 대화에서 비견할 바 없는 관능성을 불러일으킨다. 보이쉬한 여자친구들은 여주인공의 불안을 애무하는 존재이기도 하고 본능의 도화선에 살짝 불을 붙이는 유혹자이기도 하다. 둘의 모습이 레즈비언으로도 보이는 영화의 구조는, 어떤 의미에서 그 후에 일어날 파란 이상으로 보는 사람의 정신과 신경울 술렁이게 한다.

의상이나 소품에 이르기가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으나 이 감독이 중요시 한 것은 디자인도 아니며 색채도 아닌 질감이다. 남편 쪽의 흐르는 듯한 삽화도 공들여 자아내면서, ‘표류’는 여성심리의 질감에 접근하다. 도덕으로 억누르는 것이 아닌, 인간의 추이가 여기에서는 당연하게 긍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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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아이다 토지(相田冬二)

‘표류’
감독:추옌 부이 탁


베트남 영화제2018
<가나가와> 요코하마 시네마 잭&베티9월1일(토) ~ 9월9일(일)
<오사카>  오사카 시네누보10월6일(토) ~ 10월19일(금)
<도쿄>  신주쿠 케이즈 시네마11월10일(토) ~ 11월23일(금)
<아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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