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9일 ‘그 후’ 개봉을 시작으로 일거에 4편의 신작을 순차적으로 공개하는 홍상수. 흔들리지 않는 팬을 가지고 있는 홍상수 작품. 한편 ‘매번 똑같다’는 지적도. 하지만 이번 작품들, 그 홍상수가 변했다던가 그렇지 않다던가.
그 진상은 제각각. 시리즈 기획 ‘각각의 홍상수’. 초기작품부터 계속해서 봐온 기쿠치 나루요시가 4편의 작품을 보았다.
파탄을 경험한 후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 뮤즈의 존재가 홍상수에게 전한 것.
‘그 후’
홍상수는 인터뷰에서 ‘우여곡절이 있는 것이 인생은 아니다. 실제로 인생의 80%는, 같은 일을 조금씩 바꿔가며 반복할 뿐’이라고 이야기하였고, 그런 하나의 변하지 않는 컨셉이 그의 작품의 독특한 기법으로 뒷받침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영화는 굉장히 자기언급적인 질이 높았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도 ‘북촌방향’도 ‘다른 나라에서’도, 똑 같은 하루, 또는 하루 중 일부분이 몇번인가 반복되어 미세하게 다르다는 내용. 이는 음악의 미니멀 뮤직으로도 이어진다. 같은 것을 계속 반복하고 있는 듯하고 조금씩 달라진다. 이러한 모습은 일상같기도 하고 꿈같기도 하며, 음악 같기도 하고, 자연 같기도 하다.
지금까지 그는 자신의 영화와 똑 같은 미니멀한 인생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뮤즈가 나타나면 어떻게 될까. 뮤즈가 달라지는 감독은 많다. 예를 들어 장 뤽 고다르에게는 안나 카리나, 안느 비아장스키, 안느 마리 미비유라는 뮤즈들이 있었다. 이 원고의 취지와는 관계없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그럴 것이다. 히치콕도 대표적이다.(그는 뮤즈에 따라 작품의 방향을 바꾸거나 하진 않지만)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한편 뮤즈가 없는 감독도 있다. 홍상수에게는 오랜 기간 뮤즈가 없었다. 인간을 어떤 장소에 배치하고 방치해 두면 여러가지 일이 생긴다. 그런 곤충 관찰일기 같은, 로메르에의 리스펙트 같은 것을 찍어왔다. 그것이 미니멀의 형태로 강조된다. 최고봉이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이다. 어떤 일정한 시간을 반복한다. 그 두가지가 미묘하게 어긋나 있다. 평행우주를 보여준다. 미니멀 뮤직이나 미니멀 아트에 영향을 받은 미니멀리즘이 극영화로 행해지고 있다. 그것은 거의 기적적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미니멀한 인생을 살고, 미니멀한 영화를 찍는, 그러한 것에 대해 자기언급적이었다. 어떤 의미로 완성되어 있던 홍상수의 인생에 처음으로 ‘파탄’이 찾아왔다. 그의 인생이 미니멀하지 않는 것을 만났다. 그것은 평범하게 밭일을 하고 있던 사람에게 전쟁이 찾아온 것과 같았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그 결과 작품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주었을까. 사생활의 영향이 작품에 전혀 나오지 않는 작가도 있다. 확연히 들어나는 작가도 있다. 홍상수는 후자였다. 언뜻 보기에는 지금까지의 작풍도 내압이 전혀 다르다. 김민희와의 스캔들로 매스미디어에게 쫓기거나 악평을 들었음에 틀림없다. 이것이 확실히 영화에 나타난다. ‘클레어의 카메라’는 감독 박찬욱에 대한 괴롭힘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김민희가 연기한 여주인공이 ‘화장이 짙다’라는 말을 듣거나 핫팬츠를 입고 있으면 ‘넌 그렇게 싼 여자가 아니야, 호기심으로 자신을 팔지 마’라며 영화감독으로부터 꾸짖음을 듣는다. 이는 박찬욱의 ‘아가씨’에서 옷을 벗고 세계적으로 평가받은 김민희에 대한 꼴사나운 언급으로 비친다. 여하튼 ‘아가씨’ 상영 때의 칸느에서 촬영되었다. 어쨌든 작품의 느낌이 언제나와 다르고, 애처롭고, 싫은 느낌을 받았다.
그런 점에서 스캔들 이전의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훌륭하다. 그의 작풍의 최고걸작이다. 즉흥적이면서 영화의 터지는 부분이 매력적으로 잘 완성되어 있다. 후에 둘이 사귀기 시작하는 연애의 시작을 알리고 있는, 조이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어지는 ‘밤의 해변에서 혼자’, ‘클레어의 카메라’부터는 그 컨셉츄얼한 고민이 이루어지지 않고 계속하여 전방향적(매스미디어, 김민희 본인, 자기자신, 미니멀이 파탄난 세계, 한국의 유교적인 윤리관, 등등, 세계전체) 미움과 한탄, 포기가 흩뿌려진다.
‘클레어의 카메라’
뮤즈를 얻은 홍상수는 진정 기쁨이 넘치는 작품은 만들지 못했다.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그렇게 총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의미로는 고고하다. 미니멀리즘의 깨짐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부인과 애인과의 관계가 정착되고 일상이라는 미니멀이 또 찾아오니 드디어 영화도 원래의 컨디션으로 돌아왔다. 스캔들 도중의 작품이 아닌 ‘그 후’는 굉장히 기분이 좋다. 불륜을 그리기는 했고 지금까지와 같은 반복은 아니지만. 마지막에는 해피엔딩으로 일본문화의 초식적인 고요함이 있다. 좋은 영화이고 새로운 경지이다.
끝없이 반복되고 있던 일상에 파탄이 찾아왔을 때, 그것을 일상이 단절된 한순간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인가. 그 단절도 미니멀 중의 하나로 아직 돌아갈 것이라고 받아들일 것인가. 홍상수는 그 어떠한 부분도 이 4편으로 보여주었다. ‘그 후’는 파탄을 경험한 후에 돌아온 일상이며, 깊이가 커졌다. 예를 들면 머리가 큰 시네필름에서 도큐멘터리스트였던 홍상수가 ‘그 후’에서는 스토리를 확실히 쓰고 자립한 작품을 만들었다. 뮤즈를 칭송하는 달콤한 영화가 아닌 쓴 부분을 만들어 버렸다… 이야말로 홍상수다움인지도 모른다.
뮤즈가 생기고 쓴 작품을 만든 이는 드물다. 뮤즈가 지금까지의 뮤즈와는 다른 형태로 나타났을 때 더욱 깊이 있는 작품이 태어났다. 장기적으로 보면 뮤즈의 존재가 홍상수의 인생에 전한 것은 대단히 크다.
Written by:아이다 토지(相田冬二)
‘그 후’
감독・작품:홍상수
출연:권해효 / 김민희 / 김새벽
6월9일부터 휴먼 트러트스 시네마 유라쿠쵸 외 전국 순차 로드쇼
‘밤의 해변에서 혼자’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클레어의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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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홍상수 이구치 나미’
‘클레어의 카메라’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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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홍상수 키쿠치 나루요시’
‘그 후’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