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개봉중인 홍상수. 김민희와의 콜라보레이션의 시작은 이 영화였다. “새로워졌을지 모르는 홍상수”에 대해 생각해 보는 연속기획. 넷째주는 ‘지금은맞고 그때는틀리다’ 리뷰를 보내드린다.
‘지금은맞고 그때는틀리다’
만약 그때,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다른 행동을 선택했었더라면? 인간은 후회하는 동물이다. 인생에 ‘만약’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아니 그렇기 때문에 ‘있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르는 또 하나의 세계’를 망상한다. ‘지금은맞고 그때는틀리다’는 그 망상을 조금 윗쪽에서 바라보고 2개의 샘플을 제시한 영화이다.
한사람의 영화감독이 한 관광지에서 화가라는 여성을 만나서 밤과 낮을 함께 지낸다. 남녀의 캐릭터는 같고, 등장하는 장소도 전개도, 거의 같다. 하지만 약간의 차이가, 같아야 할 상황을 나누고, 전혀 다른 결말에 이르게 된다.
타이틀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이는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린지를 나타내는 작품은 아니다. 또 사람과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이래야 한다고 이상형을 제시하는 교훈적인 이야기도 아니다. 그보다도 사소한 일의 변용이 얼마나 사람간의 관계성에 영향을 주고 있는지. 아무리 섬세한 여성도 무방비 상태가 될 수 있고, 또 아무리 건방진 남성도 겸허해 질 수 있다. 어느쪽으로 굴러가도 되고, 구르지 않아도 된다. 홍상수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무의식의 자유의지’이다.
‘지금은맞고 그때는틀리다’
신과 같이 저 높은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아주 조금 위쪽에서 바라보는 감독의 시점은 결코 시니컬하지 않다. 연정에 잠재하는 사악한 욕망. 예를 들자면 자신을 좀더 좋게 보이려고 하거나, 상대에게 바싹 다가가거나, 정직함을 숨기고 뻔뻔하게 굴거나. 이것들을 표현하려고 하든 은폐시키려고 하든 반드시 존재하는 것이지만 그런 욕망의 ‘숨바꼭질’의 모델 플랜을 두가지 제시한 손놀림은 뜻밖에도 친절하다. 이 친절함은 구제나 해피엔딩을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잘 되든 안되든 인생에 쓸모없는 것은 무엇 하나 없다고 넓게 펼쳐진 지평선을 눈앞에 두게 해주는 것이다.
Written by:아이다 토지(相田冬二)
‘지금은맞고 그때는틀리다’
감독・각본:홍상수
출연:정재영, 김민희, 고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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