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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MOVIE
도쿄 필름엑스 그랑프리 수상작 2편.
영화의 룰을 때려부수는 박력

일본에는 ‘여성영화’라는 호칭이 있다. 명확한 장르는 아니다. 주로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여성영화’라 부르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여성을 메인 배우로 한 영화가 적다는 것이기도 하다. 히로인은 대부분의 경우, 남자 주인공을 받쳐 주는 역할이다. 남자가 ‘지켜야 할’ 존재, 또는 남자를 ‘얕보는’ 존재로 그려진다. 어찌됐든 남자한테 편리한 게 ‘영화 속의 여성’이자 이는 아직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사회와 세계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여기에 나타난 2편의 영화는 그런 사회를 투영하는 영화적 룰을 때려부술 박력으로 넘쳐 흐른다. 우연히도 두편 다 1980년대생인 자카르타 출신 여성 감독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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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당한 한 여성이 자신을 덮친 남자들을 말살한다. 그 중 한명의 머리를 잘라 손에 들고, 도망친다. 이윽고 서로 만난 여자들과 연대하여 주인공의 여정은 목차를 구성하여 전개된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구성에 서부극의 풍미가 더해져, 하이브리드 활극이 우뚝 솟아난다. 그런 ‘살인자 말리나의 4막극’은 고풍스러운 장르무비의 기법에 현상타파의 안티테제를 숨겨둔, 반골 정신을 새겨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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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뇌성마비에 걸리 쌍둥이 동생을 바라보는 소녀의 머리 속이 폭발하고, 넘쳐 흐르는 이미지의 격류를 잡아낸다. 특히 병실에서 서로 페인팅을 하고 새가 되어 ‘이곳이 아닌 어딘가’에 날아가는 모습은 알란 파커 감독의 1984년작 ‘버디’를 방불케 하는 격정으로 압도적이다. 링거관을 붙인 채 새가 된 동생의 모습은 이치를 벗어난 감동을 부른다. 수많은 요리가 되어 변주되는 ‘달걀’ 그리고 구상이기도 추상이고 한 정경인 ‘달’. 반복되는 이들의 모티브는 분명히 여성성의 메타포이지만, 은유의 차원을 훨씬 뛰어넘은 임팩트를 가져다 준다.

현실에 유일하게 대항할 수 있는 것은 상상력. 그 확신이 화려하게 핀 두 작품은 2017년 도쿄 필름엑스에서 나란히 그랑프리에 빛났다.

Written by:아이다 토지(相田冬二)


‘살인자 말리나의 4막극’ (인도네시아, 프랑스, 말레이시아, 태국 / 2017년)
감독:몰리 수리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인도네시아, 네덜란드, 오스트레일리아, 카타르 / 2017년)
감독 : 카밀라 안디니

제18회 도쿄 필름엑스 TOKYO FILMeX 2017
http://filmex.net/2017/

‘사라진 시간들’, ’24 프레임’, ‘더 나이트 아이 스웸’
‘잠자리의 눈’
‘조니를 찾아서’
‘샤먼의 마을’
‘엔젤스 웨어 화이트’
‘미세스 팡’